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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내시경실에서 일하기 전까지 대장 용종이란 게 죄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줄 알았습니다. 버섯처럼 도드라진 덩어리를 제거하면 그만이라고요. 그런데 현장에서 처음 SSL 용종을 마주했을 때,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점막 색과 거의 구분이 안 되는 납작한 병변이 대장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그때서야 실감 났습니다.

SSL 특징 — 납작해서 더 위험한 용종
대장 용종을 크게 나누면 암으로 이어지지 않는 양성 용종과, 방치하면 암으로 발전하는 종양성 용종으로 구분됩니다. 일반 선종은 APC 유전자 변이를 통해 암으로 진행되며, 주로 버섯처럼 도드라진 형태로 대장 전체에 걸쳐 나타납니다.
반면 SSL, 즉 세사일 서레이티드 병변(Sessile Serrated Lesion)은 그 생김새부터 다릅니다. '세사일(Sessile)'은 줄기 없이 바닥에 납작하게 붙어 있다는 뜻이고, '서레이티드(Serrated)'는 현미경으로 봤을 때 샘 상피세포가 톱니바퀴처럼 들쭉날쭉하게 증식한다는 의미입니다. 쉽게 말해, 겉으로는 정상 점막과 거의 구별이 안 되는데 속은 이미 위험한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 병변입니다.
제가 8년간 내시경실에서 지켜본 바로는, SSL이 무서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표면에 노란빛 점액질이 덮여 있고 경계가 불분명해서, 숙련된 의사조차 놓치기 쉬운 형태입니다. 주로 오른쪽 대장, 즉 상행 결장 부위에 발생하며 크기가 커질수록 옆으로 퍼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세포 변형, 즉 이형성(dysplasia)이 한 번 생기면 일반 선종보다 빠른 속도로 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이형성이란 세포의 형태와 기능이 정상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는 상태를 말하며, 이 단계에서 놓치면 이미 암으로 접어드는 경우가 생깁니다. WHO(세계보건기구)에서도 SSL을 일반 선종과 별도로 분류할 만큼, 그 위험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출처: WHO).
- 발생 위치: 주로 오른쪽 대장(상행 결장)
- 형태: 납작하고 경계가 불분명, 표면에 점액질 부착
- 현미경 소견: 샘 상피세포가 톱니 모양으로 증식
- 진행 속도: 이형성 발생 시 일반 선종보다 빠른 암 전환 가능
- 분류: WHO가 일반 선종과 별도로 구분
ESD 시술 — 납작한 병변을 도려내는 고난도 기술
SSL처럼 넓고 납작한 용종은 일반적인 올가미 방식으로는 제거하기 어렵습니다. 올가미는 도드라진 용종의 목을 걸어 당겨내는 방식인데, 바닥에 붙어 있는 병변에는 그 기법 자체가 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때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점막하 박리술(ESD, Endoscopic Submucosal Dissection)입니다. 여기서 ESD란 용종 바로 아래 점막 하층에 특수 약물을 주입해 병변이 있는 점막을 근육층과 분리한 뒤, 후크 나이프라는 정밀 도구로 경계를 따라 조심스럽게 도려내는 시술입니다. 쉽게 말해, 벽지를 뜯듯이 점막층만 정확히 박리해내는 것입니다.
제가 직접 시술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는데, 솔직히 처음에는 이 기술의 난이도를 과소평가했습니다. 출혈이나 장 천공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크고 납작한 병변을 한 덩어리로 완전히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집도 의사의 손끝 감각과 판단력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특히 SSL은 경계가 불분명해서, 병변을 찾는 눈썰미와 완전 절제를 확인하는 과정 모두 숙련도에 크게 의존합니다.
시술 후에는 떼어낸 조직을 병리과에서 현미경으로 정밀 검사합니다. 샘 상피세포가 톱니바퀴 모양으로 증식한 소견이 확인되면 SSL로 최종 진단하고, 이 결과에 따라 이후 추적 내시경 주기와 치료 계획이 달라집니다. 내시경 전문의뿐 아니라 병리 전문의의 역할이 함께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중간암 — "5년 전 깨끗했는데"가 통하지 않는 이유
내시경실에서 일하면서 가장 마음이 무거운 순간이 있습니다. 불과 5년 전에 대장내시경 결과가 정상이었던 분이 대장암 진단을 받고 오는 경우입니다. "저 진짜 얼마 전에 받았는데요"라며 믿지 못하시는 표정이 아직도 선합니다.
이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이 중간암(Interval Cancer)입니다. 중간암이란 내시경 검사에서 이상 없음 판정을 받은 뒤, 다음 정기 검사 전에 암이 발견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SSL이 중간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받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납작하고 정상 점막과 구별이 어려워 첫 검사에서 놓치는 경우가 생기고, 놓친 SSL이 짧은 기간 내에 빠르게 암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체 대장암의 약 10~20%가 SSL을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는 점은, 이 병변을 단순히 '드문 케이스'로 봐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오른쪽 대장에 7cm 크기의 암 덩어리가 발견된 사례에서 점액으로 덮인 특징적인 외양과 발생 부위가 SSL 기원 대장암을 강하게 시사했습니다.
흔히들 "5년에 한 번 대장내시경 받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현장 경험상 그 간격이 SSL 앞에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봅니다. 특히 첫 검사에서 SSL이 발견됐거나 관련 위험 인자가 있다면, 추적 내시경 주기를 전문의와 적극적으로 상의하는 것이 맞습니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도 병변의 종류와 크기에 따라 추적 검사 간격을 달리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젊고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검사를 미루던 30~40대 환자분이 의외의 결과에 놀라는 장면을 반복해서 봤습니다. 대장 질환은 나이도, 증상도 가리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SSL 용종은 일반 대장내시경으로 발견할 수 있나요?
A. 발견은 가능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SSL은 정상 점막과 색이 비슷하고 납작하게 붙어 있어 숙련된 내시경 전문의가 아니면 놓치는 경우가 생깁니다. 제가 현장에서 봐온 것처럼, 같은 병변도 의사의 숙련도에 따라 발견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검사 기관과 집도 의사를 신중히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Q. SSL 용종이 발견되면 무조건 ESD 시술을 받아야 하나요?
A. 크기와 형태에 따라 다릅니다. 작은 SSL은 내시경 절제로 비교적 간단히 제거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크고 납작하게 퍼진 병변은 점막하 박리술(ESD)처럼 정밀한 시술이 필요할 수 있으며, 전문의가 조직 검사 결과를 보고 최적의 방법을 결정하는 게 맞습니다. 시술 방법보다 완전 절제 여부가 더 중요하다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두 가지 모두 중요하다고 봅니다.
Q. 대장내시경을 언제부터 받는 게 좋을까요?
A. 일반적으로 45세부터 권장하지만, 그 기준이 절대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30~40대에서도 위험한 병변이 발견되는 경우를 직접 목격했기 때문에, 가족력이 있거나 복통·혈변 같은 증상이 있다면 나이에 관계없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2028년부터는 45세 이상 성인에게 대장내시경이 국가 검진에 포함될 예정입니다.
Q. 5년 전 내시경이 정상이었는데 또 받아야 할까요?
A.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저는 "그 5년이 항상 안전하지는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SSL처럼 이전 검사에서 놓쳤을 가능성이 있는 병변은 짧은 시간 내에 암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5년이 지났다면 재검사를 고려하고, 이전 검사에서 용종이 있었다면 담당 의사와 추적 주기를 반드시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8년간 내시경실에서 일하며 제가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대장암은 운이 아니라 검사로 막을 수 있는 암입니다. SSL처럼 육안으로 찾기 어려운 병변이 존재하는 이상, "젊고 증상이 없으니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정기적인 대장내시경이 가장 확실한 예방책이라는 것, 그리고 숙련된 전문의에게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 이 두 가지가 제가 현장에서 체감한 가장 명확한 사실입니다. 검사가 두렵거나 번거롭게 느껴지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불편함이 암을 조기에 차단하는 비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주치의와 대장내시경 일정을 잡아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