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뇌 건강을 '나이 든 사람들의 걱정거리'로만 여겼습니다. 그런데 40대에 접어들면서 일상에서 만나는 50대 이상 환자분들의 모습을 보며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꾸준히 몸을 움직여 온 분들과 그렇지 않은 분들 사이에는, 단순한 체력 차이를 넘어 표정과 태도, 삶을 대하는 에너지 자체가 달랐습니다. 뇌는 생각보다 훨씬 일찍부터, 조용히 우리 삶의 방식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운동 본능: 왜 우리는 움직이기 싫어하는가일반적으로 운동을 꾸준히 못 하는 건 의지력 문제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한동안 그렇게 생각했고, 운동을 빠질 때마다 스스로를 꽤 많이 자책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따져보니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진화의 문제였습니다.인류는 수백만 년간 수렵 채집인으로 살아오면서 ..
솔직히 저는 성조숙증이 남의 집 이야기인 줄만 알았습니다. 넷이나 되는 아이들을 키우며, 병원에서 일하면서도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그 질환이 셋째 아이 얘기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2023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기준 성조숙증 진단 아동 수는 약 18만 7천 명에 달합니다. 출생아 수는 줄어들고 있는데 진단 건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는 사실이, 지금도 마음에 걸립니다. 성조숙증 — 환경호르몬과 생활습관의 합작셋째 아이가 가슴이 아프다고 했을 때, 저는 처음에 단순히 성장통이겠거니 했습니다. 직접 확인해보고 나서야 작은 몽우리가 잡히고 있다는 걸 알았고, 서둘러 병원을 찾았습니다. 진단명은 성조숙증이었습니다. 제가 의료계에 몸담고 있음에도 제 아이 앞에서는 그저 당황한 부모일 뿐이었습니다..
병원에서 15년을 일했으면서도 몰랐습니다. 골다공증 치료제가 턱뼈를 괴사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요. 40대 중반에 접어들며 뼈 건강을 챙겨보겠다고 직접 약 정보를 들여다보다가 제가 직접 마주친 내용입니다. 치과 치료를 앞두고 있다면, 혹은 골다공증약을 복용 중이라면 이 글이 꽤 중요하게 다가올 겁니다. 골다공증 치료제 , 뼈를 지키는 약이 왜 문제가 될까골다공증 치료에 가장 많이 쓰이는 약물 계열이 비스포스포네이트(Bisphosphonate)입니다. 여기서 비스포스포네이트란, 뼈가 스스로 녹아내리는 과정인 골 흡수(bone resorption)를 억제해 뼈 밀도를 유지시켜주는 약물을 말합니다. 국내에서 처방되는 골다공증 치료제의 약 75%가 이 성분을 포함하고 있으며, 골다공증성 골절을 약 50% 예방한다..
췌장암은 발생률 대비 사망률이 암 중 최상위권에 속하며, 10년 이내 암 사망률 2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저도 오랫동안 '주로 연세 드신 분들의 병'이라고 막연히 생각해왔는데, 며칠 전 병원에서 저와 비슷한 또래의 젊은 여성 환자분이 췌장암 진단을 받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고 나서야 그 생각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췌장암 고위험군, 나는 해당될까?혹시 건강검진 결과지에서 '췌장 낭종 의심'이라는 문구를 본 적 있으신가요? 저도 주변 어르신들께 건강 상담을 드리다 보면 이 항목을 그냥 지나치는 분들을 꽤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췌장 낭종이 있을 경우 췌장암 발병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약 10배 높아진다는 사실을 알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여기서 췌장 낭종이란 췌장 안에 액체가 차오른 주머니 형..
방금 하려던 일을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일이 반복되기 시작하면, 솔직히 그냥 웃어넘기기가 어려워집니다. 저도 요즘 그 불안감이 꽤 커졌습니다. 아이 넷을 키우며 맞벌이를 10년 넘게 이어오다 보니 제대로 된 잠을 자본 기억 자체가 흐릿합니다. 그러다 치매 예방과 수면의 연관성을 깊이 파고들었고, 제가 그동안 뇌에 얼마나 나쁜 습관을 쌓아왔는지 비로소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치매 예방엔 오메가3, 뇌세포막과 진짜 역할오메가3를 챙겨 먹는 분들 대부분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예방, 혹은 중성지방 수치 관리를 목적으로 삼습니다. 저도 한동안 그렇게 생각해서 피로하면 오메가3부터 꺼내 들었습니다. 그런데 오메가3의 역할 중 훨씬 근본적인 부분이 따로 있습니다. 바로 뇌세포막, 즉 뉴런의 외벽을 구성하는 핵..
제왕절개 수술을 받고 나서야 처음으로 '염증'이라는 단어가 제 몸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붓기가 빠지지 않고 굳어가는 살을 보면서, 단순히 살이 찐 게 아니라 몸 안에서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만성 염증은 당뇨, 심혈관 질환, 비만 등 수많은 질병의 공통 배경으로 지목되지만, 의외로 일상에서 충분히 관리할 수 있습니다. 만성 염증,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낸다넷째 아이를 낳고 1년이 지났는데도 몸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임신 기간 내내 체중이 15kg밖에 늘지 않았기 때문에 출산 후 금방 예전 몸으로 회복될 거라 생각했는데, 현실은 달랐습니다. 수술 부위는 여전히 단단했고, 전신이 늘 찌뿌둥한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극심한 피로감도 일상이 됐고요.그때부터 제가 찾아보..
허리 통증이 처음 왔을 때 대부분은 단순한 피로라고 넘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20대부터 신호가 왔는데 무시했고, 30대 후반에 결국 응급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디스크는 어느 날 갑자기 터지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 잘못된 자세가 쌓여 무너지는 구조입니다. 그 과정을 수술 전후로 직접 겪으면서 알게 된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나쁜 자세가 디스크를 망가뜨리는 방식허리 통증을 처음 겪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오해가 있습니다. 통증이 저절로 사라지면 다 나은 줄 아는 것입니다. 저도 20대 내내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한번 아프고 괜찮아지면 "별거 아니었네" 하고 넘겼는데, 돌이켜보면 그게 가장 위험한 착각이었습니다.척추 전문의들에 따르면 허리 통증은 보통 20~30대에 처음 나타났다가 자연스럽게 회복됩니다...
솔직히 저는 내시경실에서 일하기 전까지 대장 용종이란 게 죄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줄 알았습니다. 버섯처럼 도드라진 덩어리를 제거하면 그만이라고요. 그런데 현장에서 처음 SSL 용종을 마주했을 때,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점막 색과 거의 구분이 안 되는 납작한 병변이 대장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그때서야 실감 났습니다. 대장 SSL 용종의 특징 — 납작해서 더 위험한 용종대장 용종을 크게 나누면 암으로 이어지지 않는 양성 용종과, 방치하면 암으로 발전하는 종양성 용종으로 구분됩니다. 일반 선종은 APC 유전자 변이를 통해 암으로 진행되며, 주로 버섯처럼 도드라진 형태로 대장 전체에 걸쳐 나타납니다.반면 SSL, 즉 세사일 서레이티드 병변(Sessile Serrated Lesion)은 그 생김새부터 ..
병동에서 당뇨 환자분이 점심 식판 앞에서 한참 망설이다가 결국 숟가락을 내려놓는 장면을 저는 꽤 여러 번 봤습니다. 잡곡밥조차 마음 편히 드시지 못하는 그 모습이 늘 마음에 걸렸는데, 막상 혈당 수치를 확인해보면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가 고스란히 숫자로 나타나곤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당뇨는 단 것만 피하면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15년간 현장에서 지켜본 현실은 그보다 훨씬 복잡했습니다. 당뇨 혈당관리, 숫자로 확인하고 나서야 실감했습니다공복 혈당이 정상이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저도 현장 초반에는 그렇게 단순하게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연속 혈당 측정기(CGM, Continuous Glucose Monitor)를 처음 접하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여기서 ..
'잠은 나중에 몰아서 자면 된다'고 10년 넘게 믿어왔습니다. 아이 넷을 키우며 하루 5시간도 못 자는 날이 부지기수였는데, 수면 부족이 뇌 속 노폐물 축적으로 이어져 치매 위험을 3배까지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수면을 줄이는 것이 부지런함이 아니라 뇌를 갉아먹는 일이었다는 걸, 이제야 제대로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자는 동안 뇌가 청소된다는 말, 진짜였습니다잠을 줄이면 뭔가 더 생산적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으셨나요? 저는 그렇게 믿었습니다. 맞벌이에 육아까지 병행하다 보니 잠자는 시간 자체가 아까웠고, 새벽까지 버티는 게 성실함의 증거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40대 들어서면서부터 멀쩡한 단어가 입 끝에서 맴돌다 사라지는 일이 잦아졌고, 그때서야 뭔가 잘못됐다는 ..